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6.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6.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오늘 우리가 봉독한 세 본문은 하나같이 겸손하라고 합니다. 베드로의 예를 들어봅니다. 베드로는 대단히 열정적이고 희생적인 사람입니다. 비록 갈릴리 뱃사람 출신이기는 하지만 사나이 중에 사나이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자기 인식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스승을 위해 무엇인가 해 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입니다. 그런 그가 예수께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체포되고 재판 받으시자 가공할 혼란을 겪게 됩니다. 예수는 지금까지 자기가 기대한 승리자, 권능자, 사태를 장악하는 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처럼 무기력한 사람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었다는 말인가?’ 결국 베드로는 예수를 “나는 모른다.”고 부인하기에 이릅니다.
베드로의 문제는 이것입니다. 자신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곤경에 처한 스승을 구해 ‘드려야’ 한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자기 자신이 예수에 의해 구원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 같은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열성적인 나머지 주님께 무엇인가를 해 드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주님께 능력을 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잠잠히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 같은 죄인에게 베푸시는 은혜를 감사하는 것, 바로 여기에 성경이 말하는 겸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모욕하고 학대하는 또 다른 무리를 봅니다(눅 22:63-65). 그들은 예수를 지키던 수비병들이고, ‘그 집 종들’입니다. 늘 굴욕당하고 학대받아오던 자들, 천대받아온 자들입니다. 권력의 횡포, 가진 자들의 무례함, 거들먹거리는 자들의 오만함, 내로남불의 사회적인 모순을 누보다도 깊이 체험하며 사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이 자기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한 인간을 자기들이 당한 것보다 더 가혹하게 학대하고 모욕하고 능멸한 것입니다. ‘억압의 이양’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의 비참함이 여기서 폭로됩니다. 우리는 일정시대에도, 한국전쟁 때도, 독재권력 시대에도 억압의 이양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친일파나 친미파의 정신구조도 다를 바 없습니다. 저들은 억압받는 동족 편에 서기보다는 차라리 억압하는 자들 편에 서서 이익을 취하는 자들입니다. 억압과 차별이 있는 곳엔 반드시 억압과 차별의 이양이 있습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의식구조입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자들을 향해서 개처럼 충성합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읽은 대로 잔치에서 상석에 앉으려는 심리,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는 심리, 다른 사람에게 으스대려는 심리가 동일합니다. 우리는 부자가 되어 ‘보이고’ 싶고, 성공해 ‘보이고’ 싶고, 출세해 ‘보이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까지 내가 무엇인가 큰일을 ‘해드리겠다’는 의욕을 보입니다. 그 밑바닥에는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은 하나같이 겸손을 말합니다. “(나는)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하나니, 겸손한 자의 영혼을 소성케 하며 통회하는 자의 마음을 소성케 하리라.”(사 57:15)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눅 14:11) “하나님이 세상에 대하여는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이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게 하였느니라.”(약 2:5) 야고보가 말한 “가난한 자”는 단지 물질적인 가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하나님께 아무 것도 해 드릴 수 없는 존재임을 자인하고, 잠잠히 베푸시는 은혜를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항상 가난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낮춰야 합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