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성실의 믿음(잠 8:1-21; 벧전 2:11-17; 마 6:19-24 / 19.8.4)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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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은 모두 재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물 자체보다 재물을 대하는 태도에 관심이 있습니다. 먼저 베드로전서의 말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나그네와 행인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벧전 2:11). ‘나그네(strangers)’는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거주하는 사람 곧 뜨내기입니다. ‘행인(pilgrims)’은 순례자로 어딘가를 향해 가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사는 사람, 시민권이 없는 사람, 잠시 거주하기는 하지만 불원간 떠나야 하는 사람입니다. 요즘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처럼 어려운 일을 당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을 “나그네와 행인” 곧 순례자와 다를 바 없이 사는 존재라는 게 성서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신약성서에서 ‘육’이란 육체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총칭이기도 합니다. 거듭남 없이 사는 삶,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않고 본성대로 사는 사람, 이 세상과의 관련 속에서만 사는 삶이 모두 ‘육에 속한 삶’입니다. 이 세상을 나그네나 순례자처럼 살지 않고 마치 정주민처럼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순례자입니다. 아니 순례자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신적인 모국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돌아갈 모국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물질에 의해서 지속되는 세상은 우리의 전 존재를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의 육체만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과 영혼까지 끌어 당겨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인간성 자체를 파멸시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게 물질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긴장 가운데서 불가피 내적인 싸움을 싸우게 됩니다. 그리하여 서신은 말합니다.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제어(ἀπἐχεσθαι/to abstain)”라는 말은 ‘제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삼가하고, 멀리하고, 복종시키라는 뜻입니다. 성서는 물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질에 예속되는 것은 경계합니다. 예수께서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고 하신 말씀은 ‘네가 보물로 여기는 곳에 마음도 있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긴다는 것은 결국 한 쪽을 위해서 한 쪽은 해롭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둘을 조화시킬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종으로 사는 이들에게는 그런 선택과 조화의 권한이 있을 수 없습니다. 주인을 향한 종의 의무는 오직 신실함뿐입니다. 이런 뜻에서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에 대해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고, 재물은 자기 밖에 두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또 말씀하시기를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느냐”(마 6:23)고 하십니다. 여기서 ‘빛’이란 잠언이 말하는 ‘지혜’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면 마치 눈을 잃은 몸과 다를 바 없습니다. 빛 없는 밤길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고, 사리를 판단하지 못합니다. 세상의 지혜는 재물을 선택하고 하나님을 멀리하도록 합니다. 세상 지혜는 잠시 동안은 형편이 좋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은 파멸의 근원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순례자입니다. 세상에 사는 동안 돌아갈 모국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잠시 머무는 세상을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신의성실을 지켜야 합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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