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뜻 품은 존재(삼상 1:19-28; 히 2:9-18; 눅 2:41-52) 2019. 12. 31. 송구영신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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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끔찍이 사랑하고 아껴줘도 원통하고 공허한 마음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나는 성소에 올라가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계집종의 가련한 모습을 굽어살펴 주십시오. 이 계집종을 버리지 않으시고 사내 아이 하나만 낳게 해 주시면 저는 그 아이를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평생 그의 머리를 깍지 않겠습니다.” 마침내 하나는 기도한 보람이 있어 아들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의 이름을 “하나님께 빌어서 난 아이”라는 뜻으로 ‘사무엘’이라 지었습니다.

사무엘을 낳은 한나는 성전에 제사 드리러 올라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는 나름 생각이 있어서 아들이 젖을 뗀 후에 가겠다고 합니다. 아이를 성소에 데리고 가는 날, 그 길로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성소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돌보지 않아도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라야 했습니다. 사무엘이 마침내 젖을 떼고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되자 한나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 몫의 제물로 삼 년 된 황소 한 마리, 밀가루 한 부대, 포도주 한 부대를 가지고 사무엘을 앞세우고 성전에 올라갔습니다. 한나는 제사를 드리고 난 다음 아들의 손을 잡고 제사장 앞으로 나아가 “사제님, 저는 사제님 앞에서 기도 드린 여종입니다. 제가 아이를 낳지 못해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만일 제게 아들을 낳게 해 주신다면 저는 그 아들을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라고 서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이제 제가 약속한대로 제 아들을 하나님께 드리러 왔습니다. 이 아이는 살아생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어린 사무엘은 성전에서 시중드는 아이가 되었고, 나중에 자라서 대제사장이 되었습니다. 당시 대제사장은 이스라엘의 정신적인 지도자이면서 실질적인 통치자이기도 했습니다.

사무엘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입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모정을 단절하고 있습니다. 만일 한나가 모정을 끊지 못했다면 사무엘은 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무엘은 두 번 태어난 것입니다. 한 번은 어머니의 태를 통해서 육적으로 태어나고, 두 번째는 영적으로 하늘 뜻을 지닌 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사람은 첫 번째 출생보다 두 번째 출생이 더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크게 쓰임 받는 것은 두 번째 출생에 의해 결정됩니다. 육친의 인연보다 하나님과의 인연이 더 소중합니다. 하나님과의 인연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늘 뜻을 품은 사람’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예수의 12살 때 일입니다. ‘율법의 아들’이 되는 나이입니다.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간 예수가 사라져 큰 소동이 벌이진 일이 있습니다. 자기를 애타게 찾는 부모를 향해서 육의 아버지 집이 아닌, 하나님의 집을 “내 아버지 집”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는 이때 벌서 육친의 관계로부터 벗어나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도 ‘단절’이라는 아픔과 장엄함이 녹아 있습니다. 이런 단절 없이 인간은 결코 새로운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예수께서는 혈과 육으로 고난을 받았기 때문에 구원의 창시자요 믿음의 완성자가 되셨다는 히브리서의 일관된 생각입니다. 혈과 육으로 친히 고통을 겪으셨기에 예수께서는 진정으로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온갖 질고를 겪으시므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위로자가 되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새해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낡고 부패한 것들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이 없었다면 여전히 세상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해가 바뀌는 일상의 변화와 함께 내 인생이 질적으로 변화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늘 뜻 품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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