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호 11:1-4, 8-9; 고전 1:26-31; 마 2:13-23 / 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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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8세기 북왕국 이스라엘은 모처럼 태평성대를 누렸습니다. 중동 일대를 호령하던 앗시리아가 이스라엘의 불구대천의 원수 다메색을 꺾어 놓았고, 곁에 있는 강대국 애굽과 겨루느라 이스라엘을 압박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자 이스라엘은 모처럼 평온을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모처럼의 번영이 이스라엘의 패망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당시 국제정세의 안정으로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부가 축적되자 사람들은 사치와 허영과 쾌락을 일삼았습니다. 정치-법-종교가 3각 고리로 유착되어 썩을 대로 썩어서 나라의 기강이 무너졌습니다.
더 고약한 것은 야훼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 종교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물질의 풍요를 구가하면서부터 절제와 미덕을 요구하는 야훼 보다는 감각적이고 쾌락적인 바알이 더 좋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사생결단의 권력다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전 8세기 어간의 왕들이 열인데 하나같이 암살되거나 살해됐습니다. 결국 북왕국 이스라엘은 호세아를 끝으로 앗시리아에 의해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주전 722년). 놀라운 것은 이처럼 배신과 타락으로 망해버린 백성을 하나님께서는 사람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마치 고뇌하듯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화나는 대로 할 수 없구나. 내가 다시는 에브라임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나는 하나님이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너희 가운데 있는 거룩한 하나님이다. 나는 너희를 위협하러 온 것이 아니다.”(호 11:9)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 중심의 사고에 철저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바울로서는 십자가에 달린 메시아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바울에게서 ‘속죄의 제물’로서의 메시아는 혁명 그 자체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뒤집어진 바울입니다. 이 바울에 의하면 신앙 안에서는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께서도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비단옷 입은 사람이냐 비단옷 입은 사람은 왕궁에 있느니라”(마 11:8-9)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바울에 의하면, 주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육체’로 부르신 게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서 미련한 것들을 부르시어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시어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셨다. 그러니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은 육체를 자랑하지 말고 주님과 함께 있음을 자랑하라”(고전 1:27-31). 이 얼마나 역설적인 진리입니까?
예수님의 출생 이야기 역시 우리로 하여금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을 보게 합니다. 아기 예수께서는 죽음의 세력이 지배하는 세계 한 복판에서 태어나서 자란 분입니다. 그 어디에도 그처럼 어린 생명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없는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기적을 일으켜 주신 것입니다. 헤롯은 태어난 메시아를 그토록 죽이려고 했음에도 결국은 자기가 먼저 죽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고난의 땅이기도 하지만, 기근을 피할 수 있게 한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집트가 아기 예수께는 헤롯의 칼을 피하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세상의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는 항상 인간의 고통이 담겨 있습니다. 호세아 시대처럼 인간의 죄악이 극에 달했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인간을 내치지 않고 사랑하십니다. 아무리 절망의 밤이 깊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사랑하고 계심을 잊지 맙시다. 나라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하십니다. 한 해가 저무는 때에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지 영접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