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유한 자인가?(신 26:4-15; 약 2:14-26; 마 25:31-46 / 19.11.17)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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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마지막 날 심판하실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으시는가? 마태가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물을 주고, 병든 이웃을 위로하고, 옥에 갇힌 이를 돕는 일 등 “지극히 작은 자”를 돕는 것이 심판의 기준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이 “지극히 작은 자”는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목마름, 굶주림, 감옥에 갇힘은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고, 원수로 여기고, 증오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때문에 물 한 잔 마시라고 내미는 소박한 행위는 깨진 인간관계를 복원하는 소중한 뜻이 담긴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는 그에게서 ‘아무런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자’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말조차 기대할 수 없는 자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 받아야 할 지극히 작은 자일 수 있고, 또한 지극히 작을 자를 도와야 할 사람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은총을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편에서 누가 가장 부유한 자인가? 자신이 받은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가지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과 같은 분별의 심판이 이뤄지는 나라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누가 양이고 누가 염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염소가 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양이 염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늑대가 양의 옷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심판하시는 분은 양과 염소를 구분하여 하나는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세우십니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언제나 우리의 일상 가운데 있습니다. 심판과 축복은 이미 그의 삶에서 결정됩니다. 마지막 날 진실이 밝혀질 때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습니다.

오늘 야고보가 말하는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들어봅시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4-17) 이 야고보의 설교에는 당시 그리스도인을 적대시하는 로마 정치권력에 맞서 살아야하는 시대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럴 때 그리스도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마 제국이 가지지 못한 힘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힘은 뜻밖에도 곤경에 처한 이들을 극진히 돌보는 데서 나왔습니다. 박해를 받고 추방당했거나, 사지로 몰린 이들 그리고 노예들을 그리스도 공동체가 형제자매들로 받아들이고 적극 도왔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때의 교회 공동체는 가정교회처럼 작은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규모가 작은 수많은 교회들이 마침내 로마제국의 폭력을 무력화시킨 것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가 성소를 짓기 시작한 주후 3세기 후반부터 교회는 성소치장과 조직 관리에 힘을 쏟느라 초대 교회가 지녔던 그리스도 공동체는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시대는 초대교회처럼 그리스도 지체들에 대한 책임과 연대성을 지니기에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산업구조는 작은 공동체들의 연대를 해체시키고, 개개인을 직업에 따라 파편화시키고 있습니다. 교회도 초대교회처럼 가정교회가 아닌 조직화된 거대 기관이 되었습니다. 최근 김덕영(독일 카셀대 교수)는 [에리식톤 콤플렉스]에서 한국의 개신교는 끝없는 물질적 욕망으로 병적인 자본주의 주술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 우리가 봉독한 신명기 말씀은 물질을 영적으로 성화시킴으로서 소유욕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한국교회는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믿음으로 성화시킴으로서 더욱 소유에 매달리게 합니다. 그만큼 지금 한국교회는 물질의 부유함을 추구하느라 영적으로는 빈곤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물질적 욕망을 멈추고 영혼구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공동체 정신’을 추구한 신명기의 말씀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영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입니다. 아멘.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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