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을 향한 감사(왕상 8:22-30; 고전 3:16-17; 마 12:1-8 / 19.11.17)

관리자
2024-03-29
조회수 115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 놀라운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만 계시는 분으로 여기는 시대에 하신 말씀이라서 그럽니다. 예수님 당시만 해도 누구든지 하나님을 뵙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성전에 가야했습니다. 이 같은 성전 중심주의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였습니다. 물론 사도 바울만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닙니다. 마태는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마 27:51) 라고 “예루살렘성전”이라는 배타적 질서가 무너진 것을 은유적으로 언표 했습니다. 요한 역시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요 4:24) 라고 사실상 예루살렘성전을 해체시키는 발언을 했습니다. 마침내 마태 18장 20절은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20) 라고 성전 예배의 종식을 선언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로 그 자체가 바로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인 교회를 세우셨지 돌로 지은 성전을 세우신 것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솔로몬이 성전을 짓고 하나님께 봉헌하면서 드린 기도를 새롭게 봅니다. 솔로몬의 기도(왕상 8:27-29)는 두 가지 상반된 내용을 동시에 말합니다. 성전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신 곳’으로서 성별된 곳임을 고백한 것과,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지은 성전이라는 작은 공간에 예속되는 분이 아닌 초원적인 분임을 고백합니다. 이 두 고백 가운데서 우리는 오늘 후자의 고백 즉 하나님께서는 성전을 초월하여 존재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저 옛날 솔로몬의 고백을 주목합니다. 당시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고백입니다. 그럼에도 후대로 내려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유대교가 형식화되면서 하나님을 성전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소위 성전주의입니다. 하나님을 성전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포박시켜놓고, 이를 구실로 인간을 억압한 것입니다.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힌 시대에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십니다. 바로 성육신 사건입니다.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안식일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성육신하신 분의 임재 방식입니다. 성육신 하신 분은 인간이 만든 어떤 틀에 매이는 분이 아닙니다. 성전이든, 안식일이든, 율법이든, 계명이든, 그것들과 함께 하면서도 그것들을 초월하십니다. 스스로 자유하는 분이시고, 창조하는 분이시고, 구속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고난과 죽음을 향해 나아가신 것은 고난도 죽음도 그분을 삼키지 못하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의 근원을 향한 감사는 바로 여기에 터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잠시 불편함을 벗어나고, 배고픔을 모면하고, 질병에서 고침을 받고, 소원을 빌고, 사랑하는 가족과 안락한 생활을 하는 것들에 대해 분명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못지않게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존재와 삶의 근원이신 주님께 더욱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존재론적인 감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감사는 자기 충족적인 감사이고, 비교되는 감사이지만, 존재론적인 감사는 그 모든 것들을 뛰어 넘는 자유케 하심에 대한 감사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수시로 변합니다. 그리하여 일상에 매달리는 감사는 실망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아침에는 감사했던 일이 저녁이면 불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조석으로 변하는 것은 삶의 근원에 대한 감사가 아닌 일상의 변화에만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사는 우리 가운데 성육신하신 분, 우리를 영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하시는 분,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자유케 하시며 성소가 되게 하시는 분을 향해 감사해야 합니다. 죄와 죽음의 공포로 가득한 세상에서 구속의 은총을 베푸시는 주님께 감사합시다. 아멘. 

(하태영 목사)

0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4.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4.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