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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사울왕은 아들 요나단과 함께 북쪽 전선에서 블레셋과 전투를 벌였고, 다윗은 남쪽 전선에서 아말렉과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다윗은 아말렉을 철저히 응징한 반면, 사울은 참혹하게 패전하는 불행을 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아들 셋이 모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울은 자기 칼을 뽑아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엎어져 자결합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사울 진영에서 왔다는 젊은이 하나가 사울의 왕관과 팔찌를 들고 다윗 진영을 찾아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이미 죽게 된 사울이 자기를 불러 죽여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그의 왕관과 팔찌를 벗겨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틀림없이 어떤 보상을 노리고 사울의 왕관을 가지고 다윗을 찾아왔을 것입니다. 다윗은 자기 입으로 사울 왕을 죽였다고 말하는 젊은이를 감히 ‘기름 부은 자’를 죽인 죄를 물어 처형합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한 말씀은 바로 사울 왕과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여 다윗이 지어 부르게 한 조가(弔歌)입니다. “이스라엘아, 너의 영광이 산 위에서 죽임을 당하였도다. 오호라, 두 용사가 엎드러졌도다.”(삼하 1:19) 자기를 죽이려 혈안이었던 정적의 죽음을 두고 이스라엘의 영광은 무엇이고, 두 용사는 무엇인가? 그러나 그게 아닙니다. 사울 왕은 이스라엘의 꿈과 희망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사나운 발톱에서 벗어나 가나안에 정착해서 나그네들이 학대받지 않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하려 했지만, 주변의 아말렉과 블레셋 같은 부족들로부터 끊임없이 능욕 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냉혹한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토록 싫어하던 왕을 세워 강력한 나라를 건설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세운 왕이 이방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죽었으니, 이거야말로 하나님의 영광이 무너진 것이요, 이스라엘의 꿈과 희망이 사라진 것입니다. 다윗의 조가에는 이런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닌 ‘슬픔의 파토스’를 담고 있습니다. 그가 통일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공동체가 지닌 슬픔의 파토스에 공감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는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를 안 사람입니다. 지도자에게 진정한 승리는 자신의 개인적 승리가 아닌 공동체의 승리여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지도자상입니다. 어쩌면 이순신 장군에게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고, 삭탈관직을 당했음에도, 백의종군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바로 전란으로 고통 받는 백성을 구해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정치가 혼탁한 것은 이런 공적인 직무와 사적인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이 보상을 노리고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자들, 요사스런 말을 입에 담는 자들이 활보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까지 보상을 노리고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해대는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우리가 본 요한계시록은 최후 심판 이야기도 바로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가를 증언합니다. 진정한 승리는 이 땅에서 위험과 고난을 피하고, 손해를 피함으로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께 죽도록 충성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승리자의 노래 가운데 순교자들의 영웅담은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의로우심만을 찬양합니다(계 15:3-4). 순교자들은 이 세상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성서는 저들의 영웅담에 대해서는 냉담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절대 주권만을 찬양합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게서 사랑의 빚을 진 자들로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받은 사랑을 갚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게 있습니다. 받은 사랑으로 승리하라는 것입니다. 비록 고난 중에 승리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승리를 찬양하지 않고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지닌 슬픔의 파토스를 지닌 자로서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아멘.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