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삶을 위해(창 32:22-32, 엡 3:14-21, 마 13:44-52 / 1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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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은 마침내 부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던 고향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날의 죄악이 그의 고향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야곱에게 얍복강은 생사의 분기점이 됩니다. 이때도 야곱은 그 영리함을 발동해서 갖가지 묘수를 찾습니다. 그럼에도 확답을 얻지 못한 야곱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홀로 남게 됩니다. 그가 홀로 남았다는 것은 지난날 지은 죄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러면서도 오직 홀로 해결해야 하는 신앙의 문제, 양심의 문제가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가 밤을 새우며 천사와 씨름했다는 것은 심각한 내적 갈등과 분열을 일으켰음을 말해줍니다. 마침내 야곱은 천사를 이기는 자가 됩니다(창 33:28). 승리자가 된 야곱입니다.
하지만 창세기 설화자는 야곱의 승리를 전복시키는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 환도뼈로 인하여 절었더라”(창 32:31): 이때까지 야곱은 이기적이고, 간사하고, 냉혹했으며,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부도덕했습니다. 사람들은 사기, 협잡, 음탕, 방탕 등을 부도덕으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믿는 이들에게 부도덕은, 호세아가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부부관계로 표현했듯이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양 다리를 걸치고 사는 삶입니다. 그 어느 쪽도 신뢰하지 않고 자기 편리한대로 이용하기에 그럽니다. 지금까지 야곱의 승리는 바로 부도덕한 삶을 통해 얻은 것입니다. 동시에 그가 겪은 시련 또한 부도덕한 삶에서 온 것입니다. 그런 야곱이 얍복강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삶으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음을 뼈저리게 체험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이 자기처럼 부도덕한 인간에게도 내리는 것을 깨닫고 내적인 갈등을 털어 버리게 됩니다. 육신은 비록 절름발이가 되기는 했지만,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는 세상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었습니다. 하나님과 대면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야곱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거둔 성공에서 평화를 누린 적이 없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누린 적도 없습니다. 그의 얼굴이 빛난 적도 없습니다. 형 에서가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야곱이라는 분열된 인간이 치유된 것입니다. 부도덕한 삶을 청산한 야곱입니다.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엡 3:14-15). 바울이 본 세계는 나라와 나라가, 민족과 민족이, 종교와 종교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물어뜯으며 쉴 새 없이 분열하고, 갈등하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이 분열된 세계를 치유하고 하나 되게 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를 보내시고, 성령을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상의 치유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과 세속의 욕망 사이에서 양다리 걸친, 즉 부도덕한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교회 안에 이전의 야곱처럼 살면서 성공한 이들이 많습니다. 정부의 고위직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지도층으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그런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도덕한 열정은 비록 성공했다 할지라도, 영혼의 충만함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마음의 안전과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야곱에게서 배워야 할 게 있다면, 자신의 부도덕한 삶을 변호하지 않고 과감하게 청산한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몸에 밴 부도덕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환도뼈가 부러질 정도로 사투했습니다. 하나님의 충만은 재물이나 권력의 쟁취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동료 인간을 이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야곱의 얼굴을 비추는 햇살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빕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