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총과 회개하는 삶(사 54:1-8; 롬 6:15-23; 눅 19:1-10 / 15.6.7)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바울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섬기는 종인 상태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전향한 이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세상의 종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완성된 존재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례를 통해서 성화(聖化)의 길에 들어선 존재입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이전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생활도, 예배 의식도, 선교활동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담 이후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인간 자신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죄 아래 있습니다. 피조물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은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증언합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더더욱 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유전자 연구는 이를 분명히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역시 아담 이후로 인간의 DNA는 자신을 복제하는 것 외에 사랑도 윤리도 미련도 회한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유전자’(리처드 도킨스)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유전자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가 인간을 조종합니다.
여기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 ‘하나님의 선교 신학’이라면, 세상은 변해도 복음은 변치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 ‘복음주의 신학’입니다.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세상(인간)에서 출발하여 하나님에게로 향합니다. ‘복음주의 신학’은 하나님에게서 출발하여 인간에게로 향합니다. 양자는 나름으로 정당하기도 하지만 결함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세상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각, 영혼 구원에 대한 갈망이 결여되기 쉽습니다. 자기 성찰이 피상적인 수 있습니다. 최근 신영복 선생이 쓴 [담론]에 감옥에서 읽었다는 어느 불구자인 산모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불구자인 산모가 깜깜한 밤에 혼자서 아이를 낳습니다. 산모는 그 무거운 몸으로 급히 불을 켜서 자기가 낳은 아기를 비추어 봅니다. 혹시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그게 두려워서입니다. 산모는 평소 자기가 불구라는 사실을 통절하게 깨닫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성찰이란 바로 그러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복음주의 신학’은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은 강조하면서, 급속히 변하는 세계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쉽니다. 고통 받는 동료 인간과 파괴되는 피조세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경직된 신앙과 윤리로 자기와 타자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가톨릭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가톨릭과 교류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태도는 극단적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성소수자들을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세상이 품을 수 없는 자들로 정죄합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생물학적인 이해도 없습니다.
삭개오 이야기는 하나님의 선교신학과 복음주의 신학을 동시에 조명해줍니다. 예수께서 죄인과 함께 한다는 비난을 개의치 않고 삭개오를 영접하신 것이 하나님의 선교신학을 반영한다면, 그가 회개했을 때 구원을 선포하신 것은 복음주의 신학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어느 입장이셨을까? 어느 입장도 아닌 하나님의 은총으로 삭개오를 대하신 분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회개를 조건으로 베푸시지 않습니다. 죄인이기에, 스스로 구원할 능력이 없는 연약한 인간이기에 베푸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자책하는 백성들에게 선포하신 이사야의 말씀도 그걸 증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회개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