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되려면(왕하 2:1-15: 엡 4:1-16, 요 14:1-14 / 15.5.10)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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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대 예언자 엘리야가 수를 다하고 승천하기 전 후계자를 세울 때입니다. 이야기가 마치 동화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세밀하게 보면 시종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연줄로 치면 당연히 엘리사가 후계자가 되어야 하겠지만, 엘리야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야는 결코 떨어질 수 없다며 매달리는 엘리사를 떼어놓기 위해 벧엘에서 여리고로, 여리고에서 요단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곳 엘리야의 생도들에게서도 자신의 후계자를 물색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마침내 엘리사는 엘리야가 불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환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엘리야가 승천하면서 남긴 옷을 들고 요단강물을 흔드는 이적을 행합니다. 엘리사가 자신의 명성이 아닌 예언자로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할 자질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부활 승천을 앞두고 있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하늘로 올라간 뒤 해야 할 일을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께서 원하시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예수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으려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이때 제자들은 꼭 이전의 엘리사 같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도마입니다. 도마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라고, 주께서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투로 말합니다. 이때 예수께서 하신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도마가 궁금해 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길과 진리와 생명으로 정의되는 나라입니다. 단지 예수의 제자라는 명분만으로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길, 진리, 생명 즉 주님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야 그리스도인입니다.

빌립은 아예 하나님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요 14:9b-10a)는 것이냐, 예수님의 대답입니다. 우리가 만일 하나님의 형상 보기를 원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형상으로는 알 수 없고, 그분의 사역(使役)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역의 중심에 하나님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요 14:13). ‘이름’은 ‘형상’과 대조되는 언표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기호로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격과 삶을 그분에게 위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고, 찬양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아는 것에 하나가 됨으로써만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안 되고, 믿는 것만으로도 안 됩니다. 알고 믿는 일 즉 앎과 삶이 함께 가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개인적 유대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뜻이 깊고, 책임적이며, 공과 사를 분별하는 사람들은 공적인 직무로부터 소외되기 쉽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우상으로 섬겨서는 안 됩니다. 우상은 섬기는 대상의 인격에는 관심이 없고, 그의 능력만을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복 받는다는 단순 논리는 우상이 되기 쉽습니다. 예컨데 자식의 도리는 다하지 않고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의 유산을 자기 것으로 챙기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그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를 사랑하고 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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