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그리스도의 양일까?(겔 34:25-31, 행 20:28-35, 요 10:22-29 / 15.5.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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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은 하나님의 이미지를 양에 대한 총체적인 복지를 책임진 분으로 나타냅니다. 목자이신 그는 화평의 언약을 세우신 분이요,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듯이 복을 내리시는 분입니다. 억울한 자를 구원해 주고, 무거운 멍에를 덜어 주십니다. “내 양 곧 내 초장의 양 너희는 사람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이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겔 34:31). 이와 같은 목자로서의 이미지는 신약으로 이어집니다.

예수께서 수전절에 예루살렘성전의 회랑을 거닐고 있을 때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께 다가와 “당신이 정말 그리스도냐”고 다그쳐 묻습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그다’고 말씀하지 않고,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나를 증거하는 데도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않는 것이다”고 대답하십니다. 이미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그리스도임을 알 수 있음에도, “내 양이 아니”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임을 드러낸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 다음 말씀을 주목합니다. 그들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양들을 “내게서 빼앗을 자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양을 지키려는 목자의 결기를 드러낸 말씀이기는 하지만, 실제는 그 이상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목자 없는 양을 생각할 수 없듯이, 양 없는 목자 역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목자와 양의 관계는 피차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목자는 양을 위해서 존재하고, 양은 목자가 있음으로 존재합니다. 실제로 예수께서는 양들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신 분입니다.

양에 대한 목자의 강력한 책임감은 바울에게서도 나타납니다. 바울 일행이 제3차 전도여행을 마감하고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입니다. 바울이 에베소교회 장로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간곡한 말로 부탁한 것은 첫째도 양이요, 둘째도 양입니다. “내가 떠난 후에 흉악한 이리가 너희에게 들어와서 그 양떼를 아끼지 아니하며 또한 너희 중에서 제자들을 끌어 자기를 좇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일어날 줄을 내가 아노니”(29-30): 양떼가 있는 곳엔 반드시 이리떼가 몰려듭니다. 이리떼가 누구이겠습니까? “자기를 좇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양들을 통해서 살찌려는 자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그리스도에게서 양떼를 훔치는 도둑이요 강도입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에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그리스도의 양일까? 정말 예수는 내 생명의 주라고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양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직은 양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카이사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카이사르는 누구에게나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이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었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카이사르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카이사르는 누구입니까? 소비와 탐욕 등 세속의 물질주의가 카이사르입니다. 무소불위일 것 같은 권력이 카이사르입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카이사르입니다. 극심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카이사르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의 양인가? 아니, 정말 그리스도의 양이 되기를 바라는가? 카이사르 시대에 그리스도를 믿는다 할지라도 카이사르에게 충성하는 이들은 순교당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역시 예수를 목자로 믿으면서도 세속의 열망도 열심히 추종합니다. 물질주의를 부정하면서도 천착합니다. 살려면 어절 수 없다고 스스로를 변호합니다. 이중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결코 순교자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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