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는 세상(왕상 3:4-15; 골 3:1-11; 요 4:27-38 / 1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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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그리스도를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골 3:4)라고 합니다. 바울의 깊은 신앙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그는 “(내가) 사는 것은 이미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산다”(갈 2:20)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판단 기준은 그리스도 중심이며, 그리스도만이 최종적입니다. 그 외의 세상적인 판단은 부차적입니다.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이것들을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느리라”(골 3:5-6). 앞에서 신앙의 ‘의미’를 말했다면, 여기서는 신앙의 ‘삶’ 곧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합니다. 신앙과 삶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최근에 신앙도 윤리도 아닌 오직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자기충족적인 신앙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드라마틱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상업주의에 오염된 종교행위에 불과합니다. 일전에 이해인 수녀는 영성생활은 꾸준히 평범해야 하는데 드라마틱한 것을 추구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꿈에 나타나셨다’ ‘답을 보여주셨다’ 그런 모습들 (보면)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캄캄하고 암흑 같은 인생 그것이 정답이라고 했습니다.
“땅에 있는 것을 죽이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게 하는 내 속의 의지를 죽이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다”(롬 7:21)고, 분열되어 있는 ‘나’의 실체를 고백한 일이 있습니다. 참으로 용기 있는 고백입니다. 자기 허물을 고백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가 정말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기에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사마리아를 통과하실 때 수가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로 들어갔고, 예수께서는 마침 우물에 물 길러 나온 여인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한참 대화가 익어갈 무렵,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마을로 들어가고, 먹을 것을 구한 제자들이 돌아옵니다. 조금 전 우물가의 여인과 마실 물을 중심으로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 이야기를 나누신 예수께서는, 이제 제자들과 먹을 것을 중심으로 생명의 양식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장면에서 우물가의 여인은 이미 예수를 통해 참 하나님을 만난 반면, 제자들은 아직도 참 하나님을 알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신앙적으로 보면 제자들은 우물가의 여인보다 둔한 사람들입니다.
“내가 너희로 노력하지 아니한 것을 거두러 보내었노니 다른 사람들은 노력하였고 너희는 그들이 노력한 것에 참여하였느니라”(38). 이 말씀에 이어 여인에게서 예수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자기 동네에서 머무시기를 청하는 놀라운 장면이 벌어집니다. 우리는 이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을 경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동네사람들이 크게 반응한 걸 보면 상당한 신망을 지닌 여인이었음에 분명합니다.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던 여인, 지금 있는 자도 남편이라고 볼 수 없는 여인,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여인이 전한 복음의 소식이 이처럼 결실을 맺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게 함이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습니까? 이것이 예수님의 경제학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다른 데서 온갖 부조리와 불신과 부패가 만연합니다. 고단하게 산 여인이 뿌린 복음의 결실을 수고하지 않은 제자들이 거둔다는 것: 생각해 보면 공평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는 세상이야말로 그리스도께서 가꾸려는 세상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