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부정한 자가 세상을 구하다(겔 47:1-12; 행 3:1-10; 막 1:29-39 /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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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제사장 출신인 에스겔은 하나님의 거룩성에 대한 확신을 지닌 예언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부정된 세계에서 당신을 긍정하는 역사를 반듯이 이루실 것임을 확신했던 예언자입니다. “너희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면서 내 이름을 더럽혀 놓았으므로 거기에서 더럽혀진 내 큰 이름을 내가 다시 거룩하게 하겠다”(겔 36:23). 그리고 이어서 예루살렘성전 지성소가 있는 문지방 밑에서 솟는 물방울 환상을 봅니다. 예루살렘성전이 파괴되었을 때, 백성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빌론 제국에 의해 부정된 성전 지성소에서 솟아난 작은 물방울이 시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마침내 사해로 흘러들어 죽은 것들을 살려내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환상을 보게 됩니다. 세상으로부터 부정된 하나님이 죽은 이스라엘을 살려내고, 사해처럼 죽은 세상을 살려낸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본 것입니다.
알고 보면 나사렛 예수가 그런 인물입니다. 나사렛 예수는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부정된 자입니다. 그 부정된 자가 죽은 영혼을 살려내고, 부패한 세상을 살려내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오늘 복음서와 사도행전이 증언하는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예수께서 안식일에 가버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 권위 있는 말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분이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운 곳을 찾아가서 함께 먹고, 함께 어울렸습니다. 예수께서는 지성소에서 솟아난 물방울처럼 죽음의 적막이 흐르는 곳으로 들어가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바쁜 시간에 가신 곳이 또 있습니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 1:35). 이 말씀은 예수께서도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본뜻은 그의 인격과 그가 행하는 모든 권능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말하려는 데 있습니다.
마가는 예수께서 일으키신 치유 이야기들 가운데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몬의 장모를 고친 이야기입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막 1:30). 시몬의 장모라면 베드로의 장모입니다. 그녀의 열병이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알 수 없으나 짐작해볼만한 게 없지는 않습니다. 딸을 시집보낸 어미로서 사위라는 자가 딸 호강은 못시켜줘도 굶겨 죽게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위라는 자가 생업은 팽개치고 온 세상이 부정하는 예수라는 자를 따라다니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열병을 낫게 한 분은 자신을 병들게 만든 바로 그 사람 예수입니다. 세상이 부정하고, 자기 또한 부정했던 이가 자신의 병을 고쳐주다니 이보다 더 큰 역설도 없습니다.
사도 베드로와 요한은 성전 문에서 구걸하는 앉은뱅이를 향해,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어라”(행 3:6)고 합니다. 이 또한 기막힌 말입니다. 나사렛-예수-그리스도. 이 세 마디는 그 당시 철저하게 부정된 이름입니다. 저주받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와 요한의 입에서, 그것도 예루살렘성전 어귀에서 거침없이 그 이름을 발설합니다. 예루살렘성전에 의해 부정된 이름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집을 주시지도, 돈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의 ‘이름’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맹인처럼 무엇인가를 달라고 요청하지만, 예수께서는 그 모든 것인 당신의 이름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당신의 인격과 능력과 삶을 주신 것입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인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지닌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인품과 삶을 지닌 이들입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