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시 시대에 깨어 있는 영혼(사 29:13-24; 행 8:9-13; 막 1:21-28 / 1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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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신앙 역사에서 항상 문제가 된 것은 ‘죄’입니다. 그러데 죄라는 게 시대 변천에 따라 조금씩 진화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족시대를 벗어나 국가가 형성되고, 권력이 분화되고, 제사종교 시대가 되고, 율법종교 시대가 되면서부터 죄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법이 제정되고, 신앙의 형식이 갖춰지면서 죄도 예사로운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도록 정교하게 진화한 것입니다. 예언자 운동은 바로 이와 같이 진화된 죄를 예리하게 간파한 데서 비롯됩니다. 이사야는 진화된 죄, 지능적으로 발달해서 남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죄, 분명히 죄이면서도 선으로 위장한 죄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요시아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층은 어느 순간에 신실한 신앙인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상을 폐기했고, 절기를 지키는 데 어김이 없었으며, 율법을 엄수하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변화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자기의 도모를 여호와께 숨기려 하는 자여 그 일을 어두운 데서 행하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보랴 누가 우리를 알랴 하니”(사 29:15). 저들은 백성들의 고초를 살피는 척 하면서 뒤로는 이권과 권력 쟁취에 혈안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나라의 자존을 지키는 척했지만, 뒤로는 강대국 이집트와 뒷거래를 했습니다. 이사야는 질타합니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그 마음은 내게서 떠났”(13)다고.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심판하겠다고 하십니다. 당장 욥이 겪은 것과 같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닌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영혼과 그들의 지혜가 공허하고 혼란되게 하겠다고 하십니다(사 29:14). 지능적으로 범한 죄에 상응하여 정신적으로 공허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짐승처럼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가련한 인생도 없을 것입니다.
예언자는 심판과 함께 새로운 약속을 합니다. “그 날에 귀머거리가 책의 말을 들을 것이며 어둡고 캄캄한데서 소경의 눈이 볼 것이며”(사 29:18). 암울한 시대로 인해 눈멀고, 귀먹고, 가난 때문에 소외되었던 백성들의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고, 살 맛 나는 세상이 오게 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린다는 것은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사야의 예언은 마침내 예수에게서 실현됩니다. 그리고 복음이 전파되는 이방세계에서도 그 증표가 나타납니다.
지금 우리 시대를 ‘소비시대’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소비시대를 ‘자기전시시대’로 말하기도 합니다. 전시의 효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외모가 중요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몸만들기와 성형에 열심입니다. 자발적인 것 같아도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이기에 자기 스스로 성형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개혁이 국가 정책인 시대에 사람들은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개혁적인 신앙인으로 변해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안보’를 의제화 시켜서 통치했습니다. ‘평화통일’은 국가안보와 상충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나라가 민주화 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평화통일을 의제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게 다시 국가안보가 의제화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부도덕한 정권에 의해 권력이 퇴화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안보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과잉이 문제입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과 언론계 심지어 종교까지 안보를 자기 생존의 방편으로 이용합니다. 자기전시가 이런 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진실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영혼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요시아 시대 사람들처럼 영혼의 변화 없이 겉모습만 변화시켜 살아서는 안 됩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