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배척당한 이들에게(사 64:1-9; 엡 1:3-14; 막 13:28-37 / 16.7.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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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입니다.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겼다거나, 평화롭던 삶이 번거롭게 됐다거나, 자기들만이 누리던 문화적 향유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거나, 이민자를 챙기느라 노후 복지비용이 줄어들었다는 것 등입니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 가운데서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이민자들은 마치 죄 지은 사람들처럼 몸을 웅크리고 살아야 합니다. 억울한 일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영국인 못지않게 영국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들이 시작한 세계화로 인한 모순을 이민자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들 역시 이민자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사야의 말씀은 바빌론에서 귀환한 이들이 본토에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서 겪게 된 모멸과 배척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서신의 말씀과 복음서의 말씀 역시 이 세상에서는 이민자와 다를 바 없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출애굽을 회상하는 “우리의 생각 밖에 두려운 일을 행하시던 그 때”(사 64:3)는 당시 바빌론에서 귀환한 이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습니다. 바빌론 포로 생활로부터 벗어나 그리던 조국에 돌아온 이들에게 조국은 또 다른 차별과 배타의 장벽이었습니다. 밥술이나 먹고사는 사람들은 이방 땅에서 고생하다 돌아온 이들을 동포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설움에 복받친 이들은 “아브라함은 우리를 모르고, 이스라엘은 우리를 인정치 아니할지라도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라”(사 63:16)고 토로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자기 동족으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동족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들은 동족에 대한 원한을 새기지 않고 출애굽을 행하신 하나님에게서 희망을 찾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사야의 말씀은 오늘날 자기 동족에게 배신당한 사람들, 낮선 나라에서 이민자로 사는 사람들, 억울함을 외면당하는 사람들, 자기 힘으로 어려운 난국을 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도인들 즉 세상에서 뿌리 뽑혀진 이들을 향해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람들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사야가 말한 “우리 밖에 계신 분”을 사도 바울은 “우리 안에 계신 분”으로 말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 하나님을 찬미하며 사는 이들입니다.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택함 받은 자들입니다. 거룩하고 흠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바리새인이나 율법주의자들처럼 세상과 유리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도 바울은 거룩하고 흠이 없되, 세상에서 뿌리 뽑혀진 사람들처럼 부유하며 살지 말고, 사랑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바울이 인식한 세계는 분열과 대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민족과 민족이, 인간과 자연이 분열과 대립 가운데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민자들과 이 땅의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이 겪는 것처럼 분열과 대립은 구체적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대립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당신 스스로 속량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에게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습니다. 하나의 세계를 향한 뜻을 본 것입니다. 세상이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생명을 귀하게 여김으로서 하나가 되는 것이야말로 바울이 표현한 하나님의 뜻이요 비밀입니다. 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도록 예언자를 선택하셨고, 제자들을 선택하신 것이며, 우리를 택하신 것입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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