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욜 2:1-11; 살전 5:1-11; 막 4:21-34 / 16.6.19)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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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엘서의 말씀을 따라가 보면, 메뚜기 떼의 습격과 극심한 가뭄 등 자연재해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읽고 있습니다.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지어다”(욜 2:13a). 요엘이 자연재해 가운데서 회개를 요청한 것은, 자연재해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새롭게 새겨 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자연재해로 치면 요엘 시대보다 오늘날이 더 심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갖가지 자연재해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주의가 가져온 결과입니다. 개발주의라면 대한민국을 빼놓을 수 없지요. 개발주의는 풍요로움에 대한 욕망의 도구로 작용하여, 우리의 삶과 의식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습니다. 요즘 서울 하늘은 늘 뿌옇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동안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혜택까지 주어서 석탄과 디젤을 더 많이 쓰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크린 디젤’로 이미지 조작까지 했습니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걱정합니다.

의식화된 개발주의는 자연환경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역사와 문화와 삶의 터전과 의식주, 심지어 종교까지, 모든 방면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개발주의는 삶의 가치를 왜곡시키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 그 또한 개발로서 극복할 수 있다는 개발논리를 작동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개발주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요엘의 표현에 의하면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회개해야 합니다. 삶의 상상력을 바꿔야 합니다.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씨를 뿌리기는 하되, 그것을 자라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씨를 뿌리는 ‘행위’로 한정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기에 저항합니다. 스스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겠다’는 혁명가들, 하나님 나라를 제 멋대로 계산하는 시한부 종말론자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 큰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모든 행위들은 개발주의 망령으로 아담과 이브의 불순종과 맞닿아 있습니다.

‘겨자씨’는 지극히 작은 씨앗이지만, 예수님의 비유 가운데서 겨자씨는 예수님 자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겨자씨와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놀라운 구원의 기적을 계획하고 계신 것입니다. 실로 겨자씨보다 더 작은 존재인 예수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실재입니다. 그 작은 씨앗과 같은 존재가 영혼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종당에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합니다. 물론 개발주의자들의 눈에는 어림없는 일입니다. 개발주의는 항상 양면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편으로는 경이로운 일로 사람들을 탄복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도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서 짓이겨진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합니다.

바울은 “너희는 다 빛의 아들이요 낮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밤이나 어두움에 속하지 아니”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밤은 무엇이고, 어둠은 무엇일까? 고난의 삶을 말하기도 하고, 예수 그리스도 없는 삶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욕망이 만들어낸 삶과 의식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밤이고, 어둠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시대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과 의식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겨자씨와 같은 복음을 붙잡고 열정을 불사르며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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