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모티브-십자가(호 2:14-23; 눅 14:15-24; 고전 1:18-25 / 16.6.5)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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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뒤틀림을 겪습니다. 피가 마르고 삭신이 녹아내리지 않고 생명은 태어날 수 없습니다.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또다시 뒤틀림을 겪게 됩니다. 이처럼 새롭게 태어남은 낡은 세대의 파열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의 수많은 사건과 표상들 가운데서 이 파열의 구조를 봅니다. 그리고 파열의 결정적인 모습을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봅니다. 십자가는 교리적으로 보면 속죄 행위이지만, 하나님 편에서 보면 하나님 자신이 당신의 몸으로부터 아들 예수를 ‘분리’시킴으로써 겪으신 진통입니다. 그리하여 십자가는 불가피 이중적입니다. 빌라도의 눈에 비친 십자가는 어리석음이지만, 바울의 눈에 비친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알에 물든 이스라엘을 향해 “돌아오라”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광야”로 나가서 다시 시작하자고 호소합니다. 왜 광야인가? 호세아에게 광야는 새로운 창조의 출발점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이전처럼 바알을 남편이라 하지 않고, 하나님을 “내 남편”이라 부르는 “새 계약의 백성”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자연과 역사를 결합시킨 광야에서 맺은 새 계약의 모티브는 인간 편으로부터 하나님 편으로 옮겨가고, 모든 축복은 은혜의 사건으로 재해석됩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가치나 업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홀로 주시는 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호세아 설교의 기본 어조는 하나님의 ‘사랑’(hesed)과 ‘자비’입니다. 하나님을 남편으로 섬기는 이스라엘은 공동체의 순수성과 하나님의 목적인 평화를 선물로 받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큰 잔치’로 비유하기를 즐겨하셨습니다. 이 잔치에는 초대자가 있고, 초대받은 자가 있습니다. 초대자는 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이시지만, 초대받은 자는 누구인가? 중요한 것은 ‘응답과 거부’입니다. 초대에 응한 사람은 잔치에 참여하게 되지만, 거부한 사람은 당연히 잔치로부터 거부됩니다. 하나님 나라 잔치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초대하고 있습니다. “나가서 사람들을 강권하여 데려오라”는 말씀은 오용되기 쉬운 말씀입니다.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시킬 목적이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강제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하나의 강제, 곧 사랑의 강제만이 있을 뿐입니다(고후 5:14).

하나님께서는 왜 십자가라고 하는 고통스런 짐을 구원의 길로 제시하셨는가? 십자가 외에 다른 길은 없었는가? 십자가는 하나님께서 제시한 길입니다. 인간이 선택한 길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인식됩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십자가의 말씀”이라는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십자가의 범우주적인 패라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구원의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그에게 십자가는 장밋빛으로 투영되지 않습니다. 세속의 지혜를 구하는 자들에게 십자가는 미련함일 뿐입니다.

바울에게서 “십자가의 말씀”은 복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부언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음은 오로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거합니다. 따라서 복음의 결과는 이중적입니다. “멸망할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것이 되지만, 구원받은 이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됩니다. 십자가 복음이 인간의 궁구에서 온 것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세아의 말씀을 인용한다면, 십자가는 바알을 숭배했던 아내 고멜이 광야로 나가서 지난날의 죄악 된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사건입니다. 십자가를 거부하고서 새로운 창조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 사랑의 완성입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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