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나라에 합당한가?(사 35:5-10; 벧전 1:22-2:3; 막 9:33-37 / 16.12.25)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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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가난한 농민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 그는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에서 “…오 흰 설원이여! / 가벼운 추위가 내 피를 덥힌다! / 내 몸으로 꼭 끌어안고 싶다. / 자작나무의 벌거벗은 가슴을.”라고 읊었습니다. 예세닌은 첫눈을 맞는 소감을 ‘더운 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박해현의 표현대로, 혹독한 추위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의식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이사야의 말씀이 바로 그러합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레바논의 영광과 샤론의 아름다움을 얻을 것이라”(사 35:1) 마치 한 편의 수채화와 같은 시입니다. 그러나 실상 다릅니다. 이 시는 가장 암울한 시대가 배경입니다.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운 땅,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땅에서 이사야는 장차 이뤄질 희망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사야는 ‘누가 그 나라에 합당한가?’라고 묻고 대답합니다. “여호와의 구속함을 받은 자” “깨끗함을 받은 자”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임할지라도 그 자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은혜의 결실이 맺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지라도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 기회는 축복이 됩니다. 베드로서신 역시 “영혼이 깨끗한 자” “진리를 순종하는 자” “거듭난 자” “썩지 아니할 씨로 된 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악독과 모든 궤휼과 외식과 시기와 모든 비방하는 말을 버리고 갓난아이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함이로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너희가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리라”(벧전 2:1-3)고 합니다. 놀랍고 두려운 말씀입니다.

제자들끼리 ‘누가 더 높은가’ 라고 서열 다툼이 일었을 때 예수께서 하신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마 9:35). 이 말씀은 이 세상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의 성격을 명료하게 규명하고 있습니다. 세상 나라는 불평등에 의해서 존속되고 유지됩니다(hierachy). 우리가 평등사회를 말하기는 하지만, 세속 나라에서 평등 사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평등한 나라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복음서가 말하는 ‘그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인간의 통치가 아닌 하나님께서 통치하는 나라입니다. 위계(hierachy)에 의해서가 아닌 “섬김”에 의해서 가꾸는 나라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라”(마 9:37)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영접하는 행위는 단지 사회적인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를 믿고 따르며, ‘그 나라’가 작동하는 기본 질서입니다.

우리가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경배한다는 것은 이 세상 나라의 권세가 아닌 하나님 나라 즉 ‘그 나라’의 권세를 찬양하고 받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 나라’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거듭난 사람이어야 합니다. 세상의 낡은 생활을 벗어버린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둠과 무질서와 불평등의 세계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이 세상을 희망으로 해석하고, 희망이 깃든 행동을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4-25). 이 세상의 모든 부와 명예와 풍요로움은 잠시 피었다 지는 꽃과 같습니다. 참으로 영원한 것은 오직 주님뿐이십니다. 영원을 상실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고, 희망이 깃든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강도짓을 하는 사람과, 어려울 때 이웃을 돕는 사람은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구속함을 입은 자에게 임하는 기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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