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희망으로 삼는가?(합2:1-4, 롬13:8-10, 마25:1-13 / 16.12.11)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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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500여 년 전, 남왕국 유다에서 활동한 선지자 하박국 이야기입니다. 신흥 바빌론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불확실과 공포의 전야 같은 소용돌이가 밀려왔습니다. 나라밖 사정이 불확실한 때에, 나라 안 사정을 보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의 부패와 타락이 극에 달했습니다.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제 몫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습니다. 국가적인 위기를 냉철하게 예견하는 사람들은 따돌림 당하고, 무조건 좋다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은 득세를 합니다.

하박국은 이런 혼돈 상황에서 끌어 오르는 가슴으로 하나님께 질물합니다. “언제까지 침묵만 하실 겁니까?” 라고. 하박국의 질문에 하나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비록 더디더라도 때를 기다려라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의인은 그 믿음으로 산다”고 하십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고, 정의가 뒤틀리고, 나라가 풍전등화일지라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지 희망부재의 일차적인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박국은 비로소 깨닫고 고백합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은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라”(합 3:17-19a). 지금 하박국이 사는 세계가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호야김 왕이 회개한 것도 아니고, 관리들의 부패가 사라진 것도 아니며, 백성들이 각성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박국의 심령 가운데 희망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세상이 어둡다고 상심한다면 그것은 그들 심령 가운데서 주님을 향한 믿음이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불의, 부정을 외면한 ‘무관심이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합니다.) 하박국은 “나로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희망으로 삼고 살기에 거친 세상을 향해서 단호하게 맞서 일어서는 용기를 지니겠다는 다짐입니다.

사도 바울 역시 종말론적인 혼돈의 때를 상정하여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롬13:8)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응징의 기회를 갖도록 악으로 저항하지 않는 것, 오직 사랑함으로서만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라는 것입니다(바르트). 세상이 암울하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해야 합니다. 세상에 희망이 없어 모두들 살길이 막막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해야 합니다. 누군가 내게 해코지를 하고, 터무니없이 모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만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능력이며, 사랑만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회입니다.

복음서 역시 종말론적인 구원의 때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고 합니다. 인간은 불가피 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와 마찬가지로 항시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고 권력에 의해 나라의 기강과 도덕성이 밑바닥까지 무너졌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이고 위선입니다. 파렴치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매주 토요일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수의 사람들이 광화문과 전국 각지에 모여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이 저 완고한 권력의 장막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음을 지금 대한민국이 보여주고 있는 있습니다. ‘로마의 평화’처럼 무력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세계에서, 북한을 무력으로 압살하는 것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는 이들에게, 능히 촛불의 힘으로도 평화를 지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옛날 이사야가 어린아이가 사자와 함께 뛰노는 세계를 갈망한대로, 유모차를 타고 나온 어린아이까지 함께 누리는 평화를 지금 대한민국의 광장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희망으로 삼고 사는 이들이라면 그런 평화를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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