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섬기는 백성을 실망시키지 말라(민 20:1-12: 약 3:1-12: 마 18:1-6 / 16.11.20)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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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 백성들이 신 광야에 이르러 여선지자 미리암을 장사지내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입니다. 마침 그곳에 마실 물이 없자 백성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이곳에 데려왔느냐’면 모세와 아론을 원망했습니다(민 20:4-5).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모세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칩니다. 그때 바위에서 생수가 솟아오르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민 20:12) 죄를 물어 모세의 공적인 직무를 모두 박탈하고,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내리신 것입니다. 참으로 가혹한 벌입니다.

무엇이 그토록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모세의 말 속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이 배은망덕한 자들아, 너희 눈앞에서 우리 능력을 보여주마!’ 이렇게 하나님의 능력이 아닌 자기를 과시했던 것입니다. 백성들은 본시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배부르면 좋다하고, 배고프면 징징대는 게 백성들입니다. 모세는 이런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 줌으로써, 저들이 어떤 처지에서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는 백성’으로 살게 해야 할 소명을 받은 자입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이를 망각했습니다. 나라 지도자의 말과 처신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예수께서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하신 말씀-어린아이처럼 순결 하라는 것과, 어린아이 같은 이들을 실족케 하지 말라-역시 지도자들에게 주는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 어린아이는 세계를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봅니다. 그만큼 어린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어린아이는 그 자체가 미래입니다. 이런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바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불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반면에 어른들의 세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 있기 쉽습니다. 개인만이 아닙니다. 집단적으로 사고의 경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건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연히 되리라고 믿었던 클린턴이 낙선하고, 당연히 안 되리라고 믿었던 트럼프가 당선 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클린턴 진영에서 겉으로는 진보의 색깔을 지녔지만, 밑바닥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을 외면했거나 보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바로 집단적인 사고의 경직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기보다 오직 물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두고 ‘정신 경화증’(spiritual sclerosis)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정신경화증에 걸리면 몰락을 재촉합니다. 이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과 기득권층 역시 총체적으로 정신경화증에 걸렸습니다. 온 나라가 미궁 속에 빠지고, 대다수의 시민과 소외계층인 소자들은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두 번째 말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소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고 깊은 바다에 빠뜨리우는 것이 나으니라.” 누구를 ‘실족케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실망시킨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앗아간다는 것입니다. 내일의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죄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진노하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연약한 떠돌이들을 불러내어, 당신의 백성으로 섬기신 사실을 망각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우리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섬기는 백성을 실족케 하면 비록 모세와 같은 인물일지라도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교회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하나님께서 섬기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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